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빠른 먹물 잔치
울진 후포에 한치가 입성했다. 예년보다 훨씬 빠른 시점이다.
한반도 근해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한치는 크게 두종류가 있다. 하나는 화살꼴뚜기(일본명 : 야리이카)이고, 다른 하나는 창꼴뚜기(일본명 : 켄사키이카)다. 이중 화살꼴뚜기는 40~50cm가 넘는 씨알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한치가 지난 1월 중순부터 근해 정치망에서 보였고, 1월 말에는 낚시로도 낱마리나마 입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 2월 5일을 기점으로 연일 마릿수 호황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해 질 무렵 수심 1~2m 층에서 왕성한 입질
사실 한치는 과거만 해도 이곳 동해안 낚시꾼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어종이다. 겨울~초봄 시즌, 이 지역 꾼들은 감성돔이나 학공치를 주로 노렸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감성돔 조황이 좋지 않은 찰나에 한치 떼가 들어오면서 지금은 여기서도 두족류 낚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내가 처음 한치 낚시를 한 건 12년 전이다. 양력 4월 말경. 감성돔 시즌은 끝났고 벵에돔 초반 시즌이었다. 수면에서 유영하는 한치가 보였다. 이때부터 나는 한치 낚시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특별한 기술이 없었지만 마릿수가 좋았다.
실제로 한치 낚시는 무늬오징어 낚시 장비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에깅+팁런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더 쉽게 한치를 낚을 수 있다.
한치는 해 질 녘, 즉 피딩 타임이 되면 수면 1~2m 층에서 왕성한 입질을 보인다. 그러다가 피딩 타임이 끝나면 바닥에서 1~2m, 혹은 중층에서 마릿수 입질을 한다. 실제로 낚시를 해보면 낮에는 거의 바닥권에서만 입질을 받는다.
따라서 일반 에기보다 조금 더 빨리 바닥권을 탐색하려면 에기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에기 마스크는 보통 5~10g 무게가 많이 쓰인다. 바람이 세거나 파도가 아주 높은 날이 아니라면 5g 정도 무게의 에기 마스크가 좋다.
낮에는 로켓티어 채비로 멀리 공략
낮 한치 낚시에서 마릿수 조과를 올리는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비거리’다. 낮에는 한치들이 깊고 어두운 곳에 있기 때문이다. 항 곳곳에 있는 구조물이나 모래 둔덕 등에서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이때 한 마리가 입질을 하면 바로 2~3마리의 한치가 에기를 따라오기도 한다.
이럴 때는 ‘로켓티어’ 채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한 마리 낚은 후에는 빠르게 갈무리하고, 먼저 캐스팅 했던 거리의 반 정도 거리에 캐스팅을 하면 따라오던 한치도 낚아낼 수 있다.
이렇게 낮에 손맛을 즐긴 후 어두워지면 한치들은 바닥에서 떠올라 중상층에서 입질하기 시작한다. 이때는 에기에서 마스크나 싱커를 떼 내고 아예 섈로 타입의 에기를 사용한다. 중층에서 입질이 들어올 때는 노멀 타입의 에기가 유리하다.
한치 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기법 중 하나는 원줄의 텐션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 한치의 활성도가 좋을 때는 시원하게 원줄을 가져가지만 입질이 약할 때는 에기만 살짝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 무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텐션을 잘 유지해야 한다. 이때도 바닥 지형을 잘 파악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입질층을 섬세하게 탐색하는 수고가 있어야 마릿수 조황을 볼 수 있다.
김동욱(도서출판 모노)